조조의 부름
어느 날 조조는 사마가문에 사람을 보내 출사할 나이가 된 사마의에게 벼슬을 주었습니다. 실력있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사마의에게 조조의 부름은 보기 드문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사마의는 이를 거절합니다. 당시 조조의 말을 거절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비범함을 보였던 사마의는 일찍이 조조라는 인물을 쉽게 다룰 수 없는 사람, 모시기 힘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와 함께 한다는 것은 마치 호랑이를 곁에 두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일로,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조의 부름을 받은 사마의는 '풍비지증' 즉 중풍에 걸렸다는 핑계를 대며 조조의 명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조조는 그리 쉽게 속아 넘어 갈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조조는 부하를 시켜 사마의를 몰래 정탐하게 합니다. 정탐을 끝낸 사자는 조조에게 사마의가 틀림없이 중풍으로 병상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다고 보고합니다. 사마의 역시 조조가 자신을 계속 주시하며 감시할 것이라 예측하고 몸을 사렸습니다. 그의 아내는 정탐꾼이 떠났다며 이제 자리를 펴고 일어나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는 시종일관 환자 행세를 하며 조조의 눈을 피했습니다. 사마의는 참을 때는 독하게 참고, 감출 때는 깊숙이 감추는 성격이었습니다. 때문에 중풍이 나을 때까지 그 후로 몇 년 동안 병상에서 꿈쩍도 하지 않으며 자신을 철저히 숨겼습니다. 삼국지 인물들의 성격을 이야기할 때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만약 새가 울지 않는다면, 조조는 울게 만들고, 유비는 울어달라고 청하며, 사마의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입니다. 몇 년 후 조조는 다시 사마의를 부릅니다. [진서], [선제기]에는 사마의는 조조가 두려워 직무를 맡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마의는 더이상 거절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마침내 부름에 응한 것입니다. 조조는 사마의를 곁에 두었지만 신하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을 인물로 여겨 늘 경계했다고 전해집니다.
4대에 걸친 보필
사마의는 73세까지 장수하면서 조조, 조비, 조예, 조방까지 4대를 보필했습니다. 각각의 수장 밑에서 언제나 핵심 인사였고, 4대에 걸쳐 원로 역할을 수행하며 결국 서진 건국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제갈량과 비교되며 2인자에 머물렀던 사마의지만, 결과적으로 손자인 사마염이 삼국통일의 대업을 달성하며 최후의 승자가 됩니다. 비록 전술적인 측면에서 제갈량이 한 수 위였을지는 몰라도,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사마의가 앞섰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조조는 후계자인 자신의 아들 조비에게 사마의는 "'낭고의 상(이리가 뒤를 돌아보는 상)'이라 믿으면 안된다. 그는 절대 남의 밑에서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조조는 사마의를 경계했고, 언제는 제거할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마의 역시 조조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매사 신중하게 행동하며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심어주려 노력했습니다. [진서], [선제기]에 따르면 '사마의는 직무에만 몰두하며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열심히 일하였고, 풀을 뜯고 방목하는 작은 일도 모두 다 물어보고 시행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성실하게 땀을 흘리는 책략'을 사용하며 조조를 안심시키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처세학의 기본인 자세를 낮추고 겸허하게 자신의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며 위기를 이겨냅니다. 조조 사후에는 그의 아들 조비를 보필하며 사실상 2인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조비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며, 그의 아들 조예가 황제로 즉위합니다. 사마의는 의심많고 변덕스러운 조예를 보필하면서 때론 내부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하고 한편으론 단호하게 행동하며 위기를 모면해 나갑니다.
최후의 승리자
오장원 전투에서 사마의는 제갈량의 촉군에 비해 우세했지만 지구전을 펼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조급해진 제갈량은 사마의에게 사자를 시켜 선물을 보냈습니다. 긴장한 사자는 고개를 숙이고 차마 사마의를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보낸 상자를 흥미롭게 살펴봅니다. 비단으로 싸여 있는 상자였는데 호기심이 발동한 사마의는 비단에 싸여 있는 것을 풀자 여인의 옷과 장신구가 나왔습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보통의 장수라면 크게 자존심이 상해 흥분해 뛰쳐나와 제갈량의 묘수에 걸려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마의는 오히려 제갈량의 급한 마음을 알아채고 선물을 들고 온 사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제갈 승상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는가? 잠은 잘 주무시는가?" 이 질문을 받은 사자는 굉장히 기뻐하며 이 기회에 제갈 공명의 훌륭한 인품을 제대로 선전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제갈 승상께서는 매일 수탉보다 일찍 일어나시며 부엉이보다 늦게 주무시며 공무를 처리하느라 늘 바쁘십니다." 그러자 사마의는 "그래 참 부지런하시구나. 그런데 다른 직급의 공무도 승상께서 직접 처리하시느냐?" 고 되묻습니다. "곤장 20대 이상의 일은 직접 관장하십니다."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또다시 묻습니다. "그럼 매끼 식사는 얼마나 드시는가?" 이에 사자는 "매끼를 절반 정도밖에 안 드시는데, 그것도 제때 못 챙겨 드실 때가 많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자가 떠나자 사마의는 부장들에게 말합니다. "제갈량은 하는 일은 많고 먹는 것은 적다는데 어찌 오래 살 수 있겠는가? " 사마의는 제갈량이 과로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예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들어맞았음을 확인하고 제갈량이 나가떨어질때까지 기다리기로 합니다. 사마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제갈량, 어쩌면 나 혼자서는 당신을 당해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나는 사람마다 자기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고 여러 사람의 지혜와 힘을 모을 수가 있습니다. 반면 당신은 뛰어난 재능과 지혜를 믿고 남의 도움 없이 무슨 일이든 직접하려고 합니다.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실수는 하게 마련입니다." 사마의는 근심하고 고심하며 아침저녁으로 애쓰는 제갈량의 심신이 오래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국 제갈량은 고된 군무에 쓰러지게 되고, 군중에서 54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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