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불 존자
사리불 존자는 부처님께서 아주 아끼던 두 명의 상수 제자 중 첫 번째 제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 제자 가운데 지혜가 가장 뛰어났던 제자로 사리불 존자를 꼽으셨습니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께서 대중들에게 주제를 제시하고 사리불 존자에게 법문을 시키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 이유로 사리불 존자를 가리켜 담마의 장군, 곧 법장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사리불 존자는 목련 존자와 어려서부터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습니다. 두 분 모두 지체 높은 브라만 가문의 자제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리더십이 뛰어나서 청년들의 멘토로 따르는 이가 5백여 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사리불 존자와 목련 존자가 따르는 이들과 함께 지역축제를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 화려한 축제도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에게도 늙음과 죽음이 항상 다가오고 있는데 얼른 윤회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을 계기로 다섯 명의 형제자매를 포함해서 5백 여명이 사리불 존자와 목련 존자와 함께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 줄 큰 스승을 만나지 못하다가 우연히 부처님 제자를 만나서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의 존재를 안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그들을 따르는 250명의 수행자들과 함께 부처님을 찾아가 출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리불 존자는 출가한 지 15일 만에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합니다. 이후 부처님의 아끼는 제자이자 대표 지도자로 수많은 재가자들의 수행을 돕고 깨달음을 성취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수행자들에게 두 제자를 따를 것을 권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사리불과 목련을 가까이하고 그들을 따르라. 두사람 모두 현명한 비구이고 동료 비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들이다. 사리불은 아이를 낳는 엄마와 같고 목련은 갓난아기를 돌보는 유모와 같다. 사리불은 제자들을 가르쳐 진리에 눈을 뜨게 하고 목련은 더 높은 단계로 이끌어준다.'
사리불 존자는 출가한 지 40여년 후 부처님보다 6개월 일찍 열반에 들게 됩니다.
목련 존자
불자들의 경우에는 '우란분절'이라고 부르는 백중을 통해 지옥의 어머니를 천도한 목련 존자의 이야기를 아실 것입니다. 목련 존자 역시 브라만 가운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사리불 존자와 죽마고우로 지냈습니다. 목련 존자는 부처님을 만나 출가를 한 지 7일 만에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는 항상 자신의 왼쪽에는 목련 존자를 오른쪽에는 사리불 존자를 앉혀두곤 했다고 합니다. 특히 목련 존자는 부처님 10대 제자 가운데 신통력이 좋기로 유명해서 신통제일목련으로 불리기도 하였답니다. 부처님께서는 목련 존자가 신통력을 남발하지 않도록 늘 주의를 주셨지만 신통력으로 유명한 여러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먼저 부처님 제자 데바닷타가 일부 스님들을 데리고 교단을 이탈했을 때 하늘을 날아오르는 신통력을 발휘해 스님들이 돌아오는 계기를 마련하기고 하고 엄지발가락을 움직여 제석천이 사는 궁전을 흔들었다거나 동원정사 건축의 감독을 맡아서 9개월 만에 완성시켰다는 등의 설화가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신통력이 좋은 목련제자께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귀계에 떨어진 어머니에게 음식을 드리는 것입니다. 목련 존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출가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처님과 승단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품은 채 돌아가셨고 그로 인해 아귀계에 태어나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목련 존자가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에게 음식을 드리려고 애를 썼지만 음식은 어머니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 불로 변해버렸습니다. 목련 존자는 깊은 슬픔에 빠져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도움을 청하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존자의 어머니의 죄업은 너무나도 뿌리 깊은 것이라 존자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습니다. 신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그러나 우안거를 마친 청정한 비구열여섯 명에게 공양한다면 그 위신력에 의해 괴로움으로부터 해탈시킬 수 있을 겁니다.'
목련 존자는 부처님의 말씀대로 열여섯 분의 스님에게 공양을 드리며 기도를 올렸고 그 공덕으로 목련 존자의 어머니는 아귀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 유래하여 조상을 천도하기 위해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신심으로 기도를 올리는 백중이 불교계에 명절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목련 존자는 누가 죽으면 선업을 많이 지어 천상에 태어났는지 불선업을 많이 지어 지옥, 아귀 축생의 세계에 태어났는지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천안통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목련 존자는 중생들의 수행 의지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 선업을 지으면 천상에 태어나고 불선업을 지으면 지옥, 아귀 축생의 세계에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평소에도 많이 하셨는 데, 죽어서 나쁜 곳에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걸 알게 된 후 신자 수가 대폭 감소하자 위협을 느낀 이 교도들이 몰래 목련 불자를 해하려고 합니다. 신통력이 뛰어난 목련 존자는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고 자신을 해치러 온 산적들은 여섯 번이나 물리쳤지만 일곱 번째 산적들이 찾아왔을 때 목련 존자는 자신의 업과 과보를 받아들이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죽음에 임박한 사리불 존자가 달려와 묻습니다. '벗이여, 그대는 신통제일이 아닙니까. 그 자리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어찌하여 가만히 있었소.' 그러자 목련 존자는 '나는 전생의 부모를 괴롭힌 적이 있어, 이제 그 과보를 받은 것 뿐입니다.' 목련 존자는 전생에 부인의 꼬임에 넘어가 눈 먼 양친을 숲으로 데려가 죽이는 엄청난 죄를 저질렀고, 그 악업으로 인해 긴 세월 동안 기옥에서 고통을 당한 후 이제 마지막 생에서 폭력으로 목숨을 잃게 된 것입니다.
사리불 존자 일화
사리불 존자는 기원정사에서 우안거를 끝내고 부처님께 인사를 드린 후 정법 유행길에 올랐습니다. 사리불 존자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 스님이 부처님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처님 건방진 사리불 존자가 저에게 부딪치고 사과도 없이 유행을 떠났습니다. 어떻게 승단의 대표 스님이 이렇게 남을 무시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한 스님을 보내서 사리불 존자를 데려오게 했습니다. 그러자 목련 존자와 아난 존자는 이것이 모함임을 눈치채고 사중에 있는 모든 스님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사리불이여 여기 한 스님이 사리불 존자가 저에게 부딪치고 사과도 없이 유행을 떠났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사리불 존자가 대답했습니다. '부처님, 몸에 대한 알아차림이 현존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동료를 부딪치고 사과도 없이 유행을 떠날 수 있겠지요, 부처님 저는 똥도 오줌도 가래도 고름도 무엇이든 혐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모두 다 받아들이는 대지와 바람과 같이 원한과 분노 없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처님 저는 똥도 오줌도 가래도 고름도 무엇이든 혐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두 다 씻어주는 물이나 불과 같이 원한과 분노 없이 지금 이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처님 저는 똥도 오줌도 가래도 고름도 무엇이든 혐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모두 다 닦아주는 걸레와 같이 원한과 분노 없이 지금 이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처님 저는 천민 아이가 손에 바구니를 들고 마을로 도움을 청하러 갈 때처럼 고마움을 아는 마음으로 원한과 분노 없이 지금 이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처님 저는 어린 소년이 뱀의 사체나 개의 사체를 보고 혐오하듯이 현재 저의 육신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지금 이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처님 저는 뚫린 구멍으로 더러운 것이 새어나오는 기름 자루와도 같은 저의 육신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리불 존자의 대답에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감동을 받았고 사리불 존자를 모함했던 스님은 부처님 발 아래에 엎드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쳤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물으셨습니다, '사리불 존자여, 이자를 용서하시겠습니까?'
'네, 저는 이 스님을 기꺼이 용서합니다.' 사리불 존자가 대답하자 지켜보던 스님들이 탄복하며 말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억울함에 마음이 상했을 만도 한데 사리불 존자께서는 자신을 모함한 자에게 아무 노여움도 미움도 품지 않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용서와 자비로 대하셨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리불 같은 사람이 노여움이나 미움을 품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리불의 마음은 대지와 같고 소 떼처럼 든든하고 깊고 잔잔한 연못의 물과도 같습니다.'